On R/V New Horizon

연구선 New Horizon 에서.

Dong-Ha Min

바다가 춤을 춘다.
밤바다에 불밝힌 이 배도 따라 춤을 춘다.
마스트가 밤하늘 은하수를 마구 젓는다.

뒷갑판에 사정없이 넘나들며 훑어대는
파도소리가 졸음을 소스라치게 쫓아낸다.
바다와 같이 춤을 추지 않으면
아무도 걸을 수 없다. 가만 앉아 있을 수도 없다.
바다와 같이 춤을 추어야 한다.
잠도 바다가 시키는대로 구르면서
좋은 꿈을 꾸고 잔다.

사람도 춤추고, 기기들도 따라 넘실거리고
모두가 한 리듬으로 움직인다.
어쩌다 뱃고물이라도 번쩍 들릴 차엔
모두 배가 하는대로,
겨울에 밖에서 볼일 본 이처럼
부르르 같이 떨어야 한다.

바다가 배에게, 바다가 우리에게 말한다.
겁내지 말라고.
나는 네 친구라고.
같이 춤추고 놀면서 가자고.
태평양이 일렁이며 소리친다.
나는 화난 것이 아니라고.
본디 겉모습이 험한 것 뿐이라고.

친구의 목소리를 온몸으로 느끼며 나는,
무중력 상태의 커피를 마시고 있다.
바다가 춤을 춘다.
바다가.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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