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

Dong-Ha Min

멕시코 단기 선교여행을 기억하며
1995년 8월 15일

오늘 나는 멕시코 외딴 산간의 한 인디언 마을에 있는 차가운 교회당
바닥에서 깨어 일어나 광복 50주년의 아침을 맞았다. 로사리또의
선교관에서 이 곳 산따 까따리나로 들어온 것이 어제 오후인데 벌써
이 황량한 바위산의 풍경에 익숙해졌다.

변변한 신발도 없이 땡볕의 뜨거운 모래위를 뛰노는 아이들, 남루한
옷들을 걸치고 저녁 예배시간이 나타난 빠이빠이족 어른들, 처음보는
이들에게서 나는 이상하게도 친근감을 느꼈다. 순박함일까, 강한
자들에게 우리처럼 오랫동안 시달린 사람들이기 때문일까. 어쩌면
우리처럼 하나님을 알기 원하고 만나고 싶어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6시의 새벽기도와 경건의 시간을 시작으로 우리 선교팀은 각기 맡은
일에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침 식사는 끓인 누릉지로 때웠다.
한국에서 온 D 선교팀, LA 한인교회팀, 그리고 샌디에고 우리 교회
팀이, 비록 이 객지에서 만나 서로 사귈 시간조차 없었지만, 하나님이
계심을 알리고 예수님의 구원의 복음에 대해 전하는 공동의 사명을
안고서 마치 오래동안 함께한 동지들처럼 호흡을 맞춘다.

오늘 사역은 집집이 방문해 전도하며 저녁행사를 알리는 축호전도와,
교회당에서의 어린이 여름 성경학교, 그리고 의료선교로 나누어 진행
되었다. 우리 샌디에고 팀은 이번 단기선교의 참여를 통해서 선교
활동은 자세히 배우겠다는 각오로 온지라, 각자 역할 분담을 했다.
박목사님은 어린이 성경학교에, 이집사님은 축호전도에, 나는 의료
선교에 집중적으로 참여했다.

성경학교에서는 서툰 스패니쉬로 가르치는 찬양과 율동, 피냐따 사탕
봉지에 색칠하고 나눠갖기와 말씀전파가 진행되었고, 축호전도팀은
뜨거운 태양을 머리에 이고 개울 건너, 언덕 너머로 걷고 또 걷는
행군을 하였다. 나는 의사이신 LA교회의 이장로님을 따라, 멀찍멀찍
떨어져 사는 마을 사람들을 찾아가 진료활동을 하며 하나님 말씀을
전하였다.

다른 일로는 무조건 폐쇄적인 이들이 의사의 질문에는 자신은 물론이고,
그 가족과 이웃에 관해서까지도 상세히 말해줄 뿐 아니라, 우리가
전하는 하나님의 말씀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던 이들의 삶에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들고서 거침없이 뛰어들어
가는 것이다. 진료와 치료가 끝나면 우리는 반드시 환자를 둘러서서
붙들고 같이 기도를 드렸다. 일행중 한 이가 통역을 하면서 환자를 위해
기도를 하면 환자도 울고 우리도 운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았던 과거가
서러워서, 이토록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깨닫고 가슴이 벅차서…

집집마다 한 사람 씩은 환자다. 다리에 물이 차서 걷기도 힘들어서
하루종일 우두커니 앉아있는 여인들, 작업중 입은 사고릐 후유증에
시달리는 남자들, 병을 안고도 천진난만하게 살아가는 어린이들.
오늘 만난 아홉살난 한 여자 아이는 내 가슴을 마구 저며놓았다. 정신
박약아로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이 어린이를 진찰한 장로님이 깜짝
놀라며 그 어머니에게, 아이 심장 판막에 구멍이 있는 것 같으니 빨리
큰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 어머니는 씁쓸한 미소만 지으며
이미 알고 있지만 데리고 밖에 나가 치료할 형편도 못되어 그냥 지내고
있다, 저 아이가 오래 못가 죽을지도 모르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고
담담히 이야기를 한다. 우리 모두 입술을 깨물며 그 아이를 위해 같이
기도했다.

오늘 저녁 행사는 우리가 준비한 또띠야 식사에의 초대와 싱어롱 및
말씀전파, 그리고 성서영화 상영이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마을이라
가져온 발전기를 돌리며 영화상영을 했다. 멀리 사는 노인들까지 와주어
우리가 하루종일 땀범벅이 되며 돌아다닌 보람을 느끼게 했다. 마을
노인들은 젊은이들이 자꾸 떠나 마을이 비어가고, 자기네 언어를 더 이상
자손들에게 가르치지않아 잊혀져 간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도 들려 주었다.

이들은 멀리까지 와서 도와주는 우리를 안쓰러워 하면서도 마음을 진짜로
주려고 애쓰는 한국사람들을 좋아한다. 백인들처럼 이들을 오지로 몰아낼
염려도 없고 또 다른 백인들처럼 우르르 와서는 구호품이라고 휙 던져놓고
도망치듯 없어져 버리지도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패니쉬가 서툴어 고작 준비해온 몇가지 예문들을 떠듬떠듬 읽어
가며 복음을 전했는데, 놀랍게도 이 말을 들은 이들이 대부분 회개하며 같이
기도하고, 많은 이들이 예수를 구주로 영접하겠노라고 하는 것이었다.
전도와 선교는 결국 우리 능력과 지혜로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믿음을
통해 성령께서 주관하고 계심을 다시 한번 느꼈다.

행사가 끝나 모두들 돌아가고 발전기도 꺼버려 갑자기 캄캄해진 정적 속에서,
우리는 하늘의 은하수와 달처럼 환해진 마음을 안고서 선교관 앞터에 둘러
앉아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오늘의 평가회를 가졌다. 모두들 Gracias Dios를
마음에 뇌이며 잠자리로 돌아갔다. 저희를 이 땅끝으로 보내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임마누엘!

“인류의 모든 족속을 한 혈통으로 만드사 온 땅에 거하게 하시고 저희의
연대를 정하시며 거주의 경계를 한하셨으니 이는 사람으로 하나님을 혹
더듬어 찾아 발견케 하려 하심이로되 그는 우리 각 사람에게서 멀리 떠나
계시지 아니하도다.” (행 17:26-27)

(1995)